혼자놀기 / 강미영(사진:천혜정)
11월말 메일을 하나 받았다. 내용은
이번에 티스토리에서 도서 사이트 알라딘과 함께 신간 도서에 대한 서평을 작성하여 블로그에 올려주실 '상설 블로거 서평단'을 선발하게 되어 이렇게 안내 메일을 드립니다.
서평단은 2009년 1월에 공식 모집이 시작되며, 그 전에 우수 책 리뷰 블로거 몇 분께서 미리 체험해보실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신간 도서를 받아보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되오니, 아래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
오 이 허접한 블로거에게 이런 영광을! 당장 수락의 답메일을 보내고 책이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고 다른 분들은 책을 받았다고 속속 서평이 올라오는데 나는 오지 않아 초조해 하며 ‘내 독후감이 그렇지 뭐’라며 나를 위로했다. 헌데 책이 왔다! 사진이 많은 여행기를 몇 권 보았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티스토리에서 요구하는 포맷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 한) 점
무엇보다 일상에서 중요한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유익한 이야기가 써 있으며 감각적인 사진들과 보기 쉬운 내용이라는 점이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옵션)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세계는 넓고, 스쿠터는 발악한다》, 《그 골목이 말을 걸다》, 《커피수첩》내용적인 측면은 아마 찾기 어려울 것 같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금요일 퇴근해서 월요일 아침 출근할 때까지 현관문 손잡이를 만지지 않는 사람
(밖에서 밤새 쳐 노느라 집에 안들어온사람 제외!)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자기 실종의 시대라고 한다.
너도 나도 자기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도 그 틈에 끼어 나를 찾아보려고 발버둥 친다.
나를 찾으려면 내 인상착의를 알아야 하는데,
무엇을 두고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잃어버렸다는 것은 갖고 있던 것을 찾을 수 없는 상태인데,
내가 원래 있긴 있었던 것일까?
나를 정확하게 목격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 부분을 보고 현실에서 나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든다. 난 매일 회사의 김 과장으로 태반을 살아가고 내 이름을 갖고 개인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거의 일주일을 단위로 생활하고 있다. 주5일제가 보편화 되고 있는 추세여서 보통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을 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게 된다. 휴일이 하루가 더 늘어나 그 하루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그만큼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다. 야근 혹은 저녁약속이 없는 사람들은 해가 떨어진 후의 시간을 혼자 보내기 마련이다. 혼자 카페에 들러 편안하게 커피를 한잔하며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필요하고,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는데 동행자가 마땅치 않아 생각을 접을 때를 아쉬워하기도 하며 혼자인 탓을 하게 된다.
올해는 영화를 같이 볼 마땅한 친구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엔 혼자 영화를 보러 다니게 됐다. 이 책은 생각만 갖고 있는 것을 실천에 옮기라고 설득하고 있다. 카페에 아기를 안고 방문한 젊은 여자를 예로 들거나 혼자 여관에 들러 누리게 되는 행복함 같은 것들을 열거하며 현관문을 열고 익숙하지 않은 장소로 가보라고 권유한다. 개인적인 생각을 첨가하자면 영화를 보러갈 때 일요일 조조시간을 권하고 싶다. 어차피 일요일 아침잠을 늘어지게 자도 월요일부터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그 시간에 극장을 방문하면 예매할 필요 없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사람이 많지 않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다. (거기에다 조조영화는 가격도 저렴하다.) 매표소 여직원과 안면을 트게 되면 영화 이름만 말해도 되는 편리함의 경지까지 도달하게 된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다. 폭폭 하게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을 고난으로 가는 의무가 아닌 여행이라는 일탈의 의미를 부여해 더 가볍게 움직여 보자는 것이다. 일용품을 사러 슈퍼에 가는 것도, 의미 없이 동네를 한 바퀴 도는 것도, 쉽게 지나쳐가는 일상의 실수들을 돈 안 드는 의미부여 만으로 가치 있게 만들자고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점검해볼 것은 단순히 같이 놀 상대가 없어 혼자 지내는 기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그 시간을 보내면서도 나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 구성원으로서 지내는 시간과 개인적인 나를 구분시켜 혼자 보내는 그 순간순간을 내 개인적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겁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자세에서 책의 의미는 꼭짓점을 이루고 있다. 그 부분이야 말로 우리가 혼자 준비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가볍게 볼 수 있는 경쾌한 책에서 작은 행운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부분이다.
아무 의미 없이 사용하는 혼자 버텨야 하는 시간들의 지침서인 이 책은 편안하고 보기 쉽게 되어있다. 편집도 좋고 조명을 사용하지 않은 사진들도 좋다. 이 독후감을 올리고 나면 저자에게 본문에 나온 사진의 정원을 갖고 있는 한옥식 여관의 위치를 물어볼 작정이다. 해남의 유선관을 좋아했지만 이제 1박2일 때문에 당분간 방문은 피해야 할 것 같고 본문에 소개된 곳이 대안이 될 만한지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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