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구입한건 우연히 인터넷 서핑 중에 만난 블로그 때문이다. 직장을 옮기고 서울에서 생활한다는 한 청년의 블로그였다. 근데 중간쯤에 자신이 냈다는 책이 있는데 그것이 《세계는 넓고, 스쿠터는 발악한다.》였다. 독일에서 스쿠터를 구입하여 한국까지의 여정을 썻다는 책은 단번에 내 흥미를 자극시켰다. 바로 주문해서 받아보았다. 표지에 건실하게 생긴 젊은 청년이 썩 괜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청년은 영국에서 출발했다. 독일에서 스쿠터를 구입하고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터키, 이란,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명소를 중심으로 하는 여행기가 아니고 오직 집으로 가기 위한 탈출기와 같다. 동선도 목적지까지 관통하는 최단거리로 되어있다.
각국을 지나쳐오며 청년은 정말 운이 좋은 여행을 했다. 테러나 강도, 기후, 무엇보다 먹는 것에 대한 어려움들을 이겨내며 중국까지 오게 되고 중국에 왔을 때 현지법상 스쿠터를 몰수 없는 상황이 되자 스쿠터를 버리고 배낭여행을 계속하는 장면에선 읽는 나도 마음이 무거워서 한 동한 멍한 채로 있게 만들었다.
이 책은 사진의 비중이 다른 책들보다 컸다. 사진집이라고 해도 되겠다. 보는 즐거움이 다른 여행기보다 남다르다. 출판사의 편집 실력도 대단하다. 알고 보니 흥미롭게 보았던《커피수첩》의 출판사였다. 하지만 중후반에 도트가 보이는 무리하게 확대한 사진이 눈에 거슬린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했던가. 정말 좋은 고생을 하고 온 청년에게 박수를 보내며 책으로 옆에서 간접경험을 하게 된 시간을 갖게 되어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나도 내년엔 제주도에 스쿠터를 빌려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고 괜히 들떠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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