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전사를 만들다 / 김용호

어느 누군가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갔다. 사람이 만나고 헤어짐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어느덧 무뎌지고 만다. 나는 지금의 마무리를 하면서 혜숙(惠宿)처럼 남은 이들에게 나의 어떤 살점을 놓고 가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집착하지 않기 위해 훌훌 털고 가는 전사적인 입장에서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떠나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면 떠남 자체가 의미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인간의 네트워크라는 것이 흐르는 강물처럼 바다로 나아가 없어질 것 같지만 다시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또 만나게 되어있는 돌고 도는 관계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떠나더라도 마무리는 잘 해둬야 한다.

  아무리 친한 친구도 언젠가는 떠나고, 평생직장도 때가 되면 떠나며, 피를 나눈 가족도 언젠가는 떠나고,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 몸도 떠나고, 모든 것이 언젠가는 떠나간다. 다만 보통 사람들은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착각하고 그것들을 붙들고 있다. 떠남이 슬픈 이유는 착각과 집착 때문이며, 착각과 집착의 정도만큼 슬프다. 그러나 착각과 집착이 없는 만큼 떠남은 자유롭다. 
  이들은 의도적으로 떠나기도 한다. 머무르면 집착이 생기고 착각이 생기기 때문에. 머무를 수 없는 세계를 붙잡고 안주하며 놓지 않으려는 어리석음이 자라나므로. 그리하여 집착이 생길 때쯤이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무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떠난다.

 욕창이 생기지 않게 몸을 뒤집는 것 가지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떠나자! 착각과 집착이 나를 붙잡고 있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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