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I,II에서 주윤발이 쉴 새 없이 총을 쏘아대면 여기저기서 피를 푹푹 흘리며 쓰러지는 적들을 불쌍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히려 난사하는 주인공을 찬양하기에 이르게 되는데 느와르라는 것이 그런 것인 모양이다. 사람을 한사람 죽였다고 그에 합당한 판결을 내리기 보다는 죽이는 순간까지의 이유 혹은 그 모습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
동생이 살해되었다고 해서 그 복수로 다른 사람을 선택해 살해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책을 읽는 동안 그 행위의 판결은 뒤로 미루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자체만 읽게 된다. 지금 시점에서 보아도 현실과 좀 동떨어져 보이는 이성관계의 묘사나 갑자기 살인모드로 돌변하는 부분은 좀 당혹스럽기도 하다.
역자후기나 책날개도 이렇게 재미있는 건 또 처음 보겠다. 책의 본질보다도 책의 탄생배경 그리고 저자의 죽음까지 이 책을 둘러싼 다른 이야기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나 할까.
출처 : 알라딘
보리스 비앙 : 1920년 3월 10일 프랑스 빌다브레에서 태어난 보리스 비앙은 소설가이자 엔지니어이기도 했으며, 작사가, 평론가,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트럼펫을 연주하는 재즈 음악가이기도 했던, 프랑스 문학계의 전설적인 인물이다. 12세에 심장 질환을 겪고, 이후 약한 심장으로 고생한다. 건강이 호전되자 콩도르세 고등학교에 입학해, 15세에는 프랑스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했다. 10대 시절부터 문학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17세에는 트럼펫 연주를 시작했다. 1939년에 징병 소집을 당했으나, 약한 체질로 인해 부적합 판정을 받고, 앙굴렘의 중앙기술학교에 입학했으며, 1942년부터 1946년까지 프랑스 규격협회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1945년에 비앙은 프랑스 최고의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 소설 <베르코캥과 플랑크톤>을 출간했다. 이듬해에는 소설 <물거품의 나날L’Ecume des jours>을 출간함으로써 프랑스 문학계에 주요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즈음에 비앙은 ‘생-제르맹 문학 그룹’의 일원이 되었고, 그룹의 리더인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폴 사르트르와 가깝게 지냈다. <물거품의 나날> 출간 몇 달 후, 비앙은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로 다시 한 번 문학적 사건을 만들어내었다. 미국 스릴러 장르의 위트 있는 혼성 모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을 비앙은 버넌 설리반(Vernon Sullivan)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후 자신이 번역자라고 주장했다. 이 소설은 1947년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오른 이후 내려올 줄을 몰랐다. 뒤이어 출간된 스릴러들인 <죽은 자들은 모두 같은 피부색이었다>(1947), <그리고 우리는 모든 끔찍한 자들을 죽일 것이다>(1948) 역시 문학적 논란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마찬가지로 크게 성공했다. 비앙의 이 작품들은 프랑스 누아르(Noir) 소설에 해당한다. 누아르 소설은 범죄와 폭력, 섹스에 대하여 비정하고 냉혹한 태도로 도덕적 판단을 배제한 채, 사건의 해결보다는 행동에 중점을 두며, 불필요한 수식이 없는 간결한 문체로 거친 분위기를 묘사하는 특징을 지닌다. 전후에 비앙은 작은 재즈 클럽인 ‘르 타부’에서 형제인 알랭과 만든 재즈 밴드로 매일 밤 연주하기도 했다. 르 타부는 곧 파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클럽이 되었다. 르 타부가 인기의 절정에 이르렀을 때 병이 재발하였고, 트럼펫 연주를 포기해야만 했다. 그러나 1946년 프랑스 잡지인 「핫재즈」의 편집 팀에 합류하여, 그 후 10년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에 대한 훌륭한 기사와 정기적인 평론을 썼다. 또한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 같은 미국 스릴러들을 갈리마르 출판사에서 번역하여 출간하기도 했다. 1940년대 후반에 이르자 또 다른 유명한 재즈 까페인 ‘르 클럽 생-제르맹-데-프레’에 드나들며,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마일스 데이비스 같은 미국의 재즈 스타들을 초대하여 콘서트를 열었다. 1952년에는 실험적인 작가 모임에 합류했다. 동료 작가로는 레몽 크노, 외젠 이오네스코, 자크 프레베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1954년에 인도차이나 전쟁의 막바지에 반전 가요로 유명해진 샹송 「탈영병le D?serteur」을 발표했다. 이 샹송은 당국으로부터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 외에도 비앙은 프랑스의 명곡들 가운데 많은 곡을 작사했다. 1957년과 1958년에는 필립스 사와 폰타나 사에서 아트 디렉터 일을 맡기도 했다. 1959년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영화화되어, 그해 6월 23일에 비앙은 영화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의 특별 시사회에 초대되었다. 그러나 막 영화가 시작한 몇 장면 직후 39세의 나이로 시사회장에서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프랑스 파야르 출판사에서 그의 문학전집(전 15권)이 출간되었다. 비앙의 소설들은 프랑스 문학사에서 고전이 되었고, 작품의 현대성과 반항자로서의 위상으로 프랑스 신세대의 우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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