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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7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2



어릴 적 초등학교에 등교하려면 그리 높지 않은 산을 하나 넘어가야 했다. 겨울이면 눈이 내린 경사를 미끄럼 타듯이 내려오기도 하고 분식집 앞에서 떡볶이를 먹었으며 문방구에는 새로 나온 로봇장난감을 번쩍이는 눈으로 갈망하기도 했다. 그런 길에는 평생 잊히지 않는 좀 들 떨어진 바보 녀석들이 있었는데(그 바보들은 장르가 다 틀리다) 어떤 아이는 어렸을 적에 닭 뼈를 잘못 먹어 바보가 된 녀석도 있고(물론 진실은 안드로메다에) 친구 녀석에게 두들겨 맞는 어른 바보도 있었다. 하루는 다른 어떤 날과 마찬가지로 난 문방구 앞에서 로봇장난감을 뚫어지게 탐하고 학교 교문을 들어서려고 하는데 손에는 신발주머니가 있으나 등에 책가방이 없다는 걸 느꼈다. 그날 난 학교를 가지 않았고 책가방을 어디다 잃어 버렸는지 기억이 안 나는 괴로움에 동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해질 때쯤 더 이상 돌아다닐 곳이 없음을 느끼고 집에 돌아간 적이 있었다. 근데 책가방은 집에 아주 예쁜 자태로 있었고 아버지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맞지도 않았고 잔소리를 듣지도 않았다. 그 다음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정상적으로 학교를 다녔고 감기가 걸린 날을 제외하곤 학교를 빼먹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의 맛은 좋았다. 짧으면서도 내가 잊고 있던 성장기의 날들의 연관된 기억들을 정확히 끄집어내게 했다. 시끄럽게 떠든다고 교탁을 밀어 쓰러뜨리던 5학년 때 담임선생님도 기억이 났고,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쥐포를 구어 먹던 기억도 났다. 그렇게 맘에 들어 했는데 전학 가버린 5학년 때 짝꿍도 기억이 났다(존재는 기억하되 얼굴은 기억 못하겠다)

김정일위원장 말대로 ‘은둔형’작가인 쥐스킨트는 교묘히 주인공과 좀머 씨의 인격 안에 자신을 용해시켜 놓았다. 어린 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체 하면서 펜이라는 지팡이로 세 걸음씩 걸어 나가는 작가 자신의 외침인 ‘그러니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란 말을 좀머 씨한테 시키고 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한 시간 좀 넘는 시간만 투자하면 앨범 같은 것이 없어도 옛날 기억을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폐쇠공포증이 맞는 거야? 밀폐공포증이 맞는 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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