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만화 리뷰.
- 원작자의 변.
내 원작 만화를 가지고 만든 영화를 원작자인 내가 리뷰를 쓴다는 게 어찌 보면 참 낯간지러운 일이기도 하다.
사실 몇 년 전 ‘아파트’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영화 ‘아파트’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만화 ‘아파트’는 내 것이지만, 영화 ‘아파트’는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내 것이지만 내 분야가 아닌 것으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것은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주제넘은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일종의 방관자적인 느낌이랄까.
하지만 ‘바보’를 개봉할 즈음에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원작자로서의 어느 정도 책임’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내 새끼로부터 나온 또 다른 내 새끼의 모습이기에, 이제는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조금은 선회하여, 영화사에서 참여를 원하는 만큼만 참여하는 ‘참견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 리뷰 역시 솔직히 말해서. 어느 정도는 ‘순정만화’의 홍보에 보탬이 될까하여 쓰는 것임을 숨기지 않겠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영화에 자신이 없었다면, 이런 리뷰를 쓸 용기도 나지 않았을 것이다.
- 만화의 영화화.
이전에 내 만화는 두 번의 영화화가 이루어졌다.
섭섭하게도 썩 좋은 흥행성적을 내지는 못했었다.
이유야 찾아보면 오만가지(설마)가 되겠지만, 그래도 내 원작인지라 마음이 아픈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강풀만화는 영화화하면 실패한다’라는 기사들과, ‘강풀원작 영화의 최대의 적은 강풀 원작만화다’ 라는 말까지 들었었다.
아쉬운 결과들과 쓰린 말들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내 원작이 영화화 됐을 때, 크게 성공을 하지 못했던 원인을 곱씹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몇 가지로 단순하게 압축해보려고 한다.
내 만화가 원작이라는 면에서, 어쩔 수 없이 내 만화가 기본이라는 뻔뻔한 전제에서 시작된다. (응? 네?)
‘아파트’는 원작만화와 너무 달랐었다.
감독님 본인이 직접 “만화와는 80%이상 다르다”라고 말했듯이 (나는 솔직히 95%이상 다르다고 본다.) 만화‘ 아파트’와 영화 ‘아파트’는 닮은 면이 거의 없었다.
‘바보’는 원작만화와 너무 닮았었다.
영화‘바보’는 장면과 더불어 심지어 대사까지 똑같은 부분이 꽤 많았었다.
다만, 영화의 런닝타임에 맞춰서 많은 부분이 덜어졌기 때문에 이야기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상수의 이야기가 덜어진 것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하나는 너무 달랐었고, 하나는 너무 닮았었다.
결국 원작의 각색에서 많은 차이가 났던 것으로 보여진다.
내 만화는 태생이 인터넷이기에 너무나 많은 분들이 이미 만화를 읽었었다.
그런 것이 어찌 보면 독으로 작용하여, 만화와의 다른 부분과 같은 부분을 찾아내는 독자(혹은 관객)들께서 영화가 만족스럽지 못할 때 영화의 적으로 돌아서는 경험을 맛보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가장 올바른 각색일까 생각해 보았다.
(그럴만도 하죠. 두 영화 다 런닝개런티를 한 푼도 못 받았는데. 아하하하..하하...하..아...)
- 영화 ‘순정만화’
문제는 ‘정서’에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원작을 영화화할 때 분명히 무엇인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니, 달라지는게 맞다.
2차원의 지면에서 3차원으로 넘어가는데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지켜져야 하는 것은 ‘정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어느 작품이건, 어느 매체이건, 독자(혹은 관객)은 그 정서에 감응하고 반응한다고 생각한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 ‘순정만화’의 홍보에 들어간다. (에헤헤)
류장하 감독님은 가장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순정만화’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한 류장하감독님은 시나리오를 쓰는 데만 장장 2년을 잡아먹었다. (기다리느라 미치는줄 알았었다.)
기다리느라 조바심이 날대로 났던 나는 시나리오가 나오고 나서야 감독님의 끈질긴 ‘장고’가 이해되었다.
영화 ‘순정만화’는 분명히 만화 ‘순정만화’와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계절도 겨울에서 여름으로 많이 바뀌었고(걱정하지 마시라. 따뜻한 겨울씬도 제법 나온다), 주인공들의 직업이나 나이도 어느정도 변화가 있었다.
만화 ‘순정만화’와는 분명히 다른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같았다.
그것은 바로 정서였다.
주인공인
‘연우’와 ‘수영’ 그리고 ‘강숙’과 ‘하경’
이들은 분명히 내 만화에서 보았던 그 연우수영강숙하경이 맞다.
다만, 조금은 다른 상황, 조금은 다른 인연으로 만났을 뿐이었다.
상황이 다른데 느낌이 같은 이유는 내가 순정만화를 그릴 때 품었던 감정이 그대로 잘 표현되었기 때문이었다.
감독님은 정확하게 원작의 정서를 찝어냈던 것이다.
영화가 완성되기 전, 가편집본으로 미리 영화 ‘순정만화’를 보았었다.
가장 우려되었던 부분은 ‘연우’의 캐릭터였다.
처음 가편집본으로 영화 ‘순정만화’를 보았을 때, 연우가 조금 더 엉성하고 망가졌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시 완성된 영화를 보았을 때, 감독님과 유지태씨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연우의 캐릭터를 ‘순박’이 아니라 ‘순수’로 잡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 ‘순박만화’가 아니잖아.)
그제서야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한 번 영화가 재미있어졌다.
영화 ‘순정만화’에서 연우수영강숙하경은 각 장면에 실재로 그런 것처럼 잘 녹아들어 있다.
연우수영하경강숙은 내 만화의 주인공들이 마치 다른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듯이 그들의 모습이 딱 그대로였다.
내가 만화를 그릴 때 품었던 따뜻한 감성들의 연수우영하숙....(응?)들이 마치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처럼 그들은 ‘정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 따뜻한 이름, “순정”
‘순정만화’는 이제 온전히 ‘순정영화’가 되었다.
이점, 영화사와 감독님과 스탭분들과 배우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다.
그러니까 괜히 감기 걸릴라 어디 돌아다니지 마시고, (이젠 아주 노골적으로)극장으로 영화 ‘순정만화’를 보러 가시기를 권한다.(아잉)
사랑하고 있는 연인들은 더욱 사랑이 피어날 것이며,
다툼이 있었던 연인들은 없던 사랑도 피어날 것이다. (될대로 되라. 노골적 홍보) 이런 따뜻한 영화로 온도를 1도만 더 올리자. (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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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서,
난 아직도 제작중인 원작영화가 몇 개 있다.
나중 영화를 생각해서라도 자신 없으면 이렇게 대놓고 자랑 못합니다.
“접때도 자기 영화 좋다고 홍보하고 그랬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