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오함 | 1 ARTICLE FOUND

  1. 2008.11.10 주원장전 / 오함 2

주원장전 / 오함

→ 책 2008. 11. 10. 01:16
사용자 삽입 이미지
 


책을 어떤 경로로 입수했든 간에 읽다가 힘들어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몸이 힘든 게 아니고 이해가 되지 않거나 어려우니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대표적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추’가 그러하다. ‘주원장전’은 8년 전에 구입하고 읽기가 힘들어 포기했던 책이다. 가을을 맞이해서 다시 재도전 하게 되었다.


책은 절반정도가 주원장이 황제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나머지의 절반정도는 명의 제도, 경제 등 시대상이 담겨있고 나머지는 주석이다.


김용의 의천도룡기(책이 아닌 94의천도룡기 TV시리즈물 - 그때 은소소와 조민을 연기했던 이마가 툭 튀어나온 엽동이란 여배우에 흠뻑 빠졌었다.)를 밤새서 본적이 있다. 주인공인 장무기는 무당파의 장취산과 천응교(명교의 일파) 교주의 딸 은소소 사이에서 태어나 힘들게 자라게 되고 나중에 명교를 이끌며 몽고세력을 몰아내고 욕심 많은 주원장에게 국호를 명으로 정하라 하고 몽골의 공주인 조민과 행복하게 잘살았다는 내용이다. 드라마에는 주원장의 상우춘이란 장군도 나온다.


주원장이 주는 의미

책의 처음은 주원장의 어릴 적 생활상이 나온다. 홍군이 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키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거나 죽었으며 매끼 먹을 일을 걱정하며 살았다. 먹고 살기가 각박하여 하는 수 없이 출가하여 중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는 귀족출신이 아닌 서민으로 밑바닥부터 차고 올라온 역사적으로 보기 드문 성공을 일궈 냈다.


천대받는 명왕조의 건국

천대라고 할 것까지는 없겠지만 오랫동안 여진족의 나라로 지내다 보니 원의 전복은 별로 달갑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중국이 내세우는 한족이 아닌 이민족의 지배정책에도 상당히 위배될뿐더러 독립이나 수복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봐야 별 이득이 없겠다. 홍군(책에는 홍건적이란 말이 나오지 않으나 고려말에는 홍건적의 난으로 소개 되고 있다.)의 난이 서민(소작인)계급과 미륵교도의 투쟁으로 시작 되다가 조직이 거대해지니 먹고 살기위해 봉기했던 것은 잊어버리고 지주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는 건국이 되다보니 인민을 위하는 강력한 중앙집권 정책의 중국정치상황과 맞지도 않는다.


원동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을 이루고 인민을 안정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정복자의 노략질을 엄격히 금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패와의 전쟁’, 그는 부패한 관료가 나타나는 대로 죽였다. 아침에 참하면 오후에 다시 부패한 관료가 나오는 실정에서 끝도 없이 죽여 나갔다. 심지어 심한 사람은 껍질을 벗기는 형을 집행하기도 했고 그러한 부패척결은 주원장이 죽고 나서야 그치게 되었다고 한다.


원의 전복?

세계사를 배울때 명의 건국은 ‘주원장이 원을 몰아내고 중화인의 나라를 세웠다‘, 라는 정도만 배웠을 것이다. 사실 명의 건국시 많은 전투는 중화인들 끼리의 내전 이였다. 삼국지에서 나오는 조조와 원소의 싸움정도가 적당한 예겠다. 홍군의 난으로 벌써 원의 기력은 세퇴일로였다. 본문의 내용 중에 원군을 잘 묘사한 부분을 옮겨본다. [송나라를 멸한 다음부터 군대가 내지의 번화한 도시에 주둔한 경우, 세월이 흐르면 생활이 문란해져 전투를 어떻게 하는지도 잊어버렸고 전투하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장교들은 대개 세습적인 귀족 자제로서 먹을 줄을 알고, 마실 줄도 알고, 놀 줄도 알고, 화낼 줄도 알고, 군량을 착복할 줄도 알고, 병사를 학대할 줄도 알고, 백성들을 침탈할 줄은 더 잘 알았지만 오직 전투할 줄만 몰랐다. 몽고가 처음 일어났을 때 군사 주력은 용감하고 날쌔며 사나운 건아들의 자손이었으나, 이미 완전히 변질되어 전투 능력을 잃어버렸다.]


재미있는 중국 국호

[역사에서 제국의 명칭은 모두 그 특수한 의의가 있다. 대체로 네 종류로 나눌 수가 있다. 첫째는 처음 일어났던 지명을 쓰는 것으로 진(秦)과 한(漢)이 있다. 둘째는 봉해진 작읍(爵邑)을 쓰는 것으로 수(隨)와 당(唐)이 있다. 셋째는 해당 지역의 생산물을 쓰는 것으로 요(遼, 鑌鐵)와 금(金)이 있다. 넷째는 문자상의 뜻을 쓰는 것으로 대진(大眞)과 대원(大元)이 있다. 대명(大明)도 마땅히 이 넷째 종류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어찌했든 5일간의 독서는 끝냈다. 이번 가을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제일 오래 걸렸다. 그리고 내용도 머리에 많이 남아있지 않다. 노년에나 또 한 번 읽어볼까 말까 할 듯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