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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1 기발한 자살여행 / 아르토 파실린나 4


 


해외라는 먼 대상에 관심이 별로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에메랄드빛 바닷가나 웅장한 역사의 유물들, 동화 같은 초원이 펼쳐진 그런 모습이 ‘가서 보면 탄성이야 나오겠지만 돌아 와서는 아쉬움 밖에 더 되겠는가’ 라는 생각이다. 그래도 꼭 꼽아보라면 울창한 침엽수림이 우거지고 대낮에도 해가 뜬것 같지 않고 수많은 호수들에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있는 현대에서 느낄 수 없는 그런 풍경을 보고 싶다는 상상을 종종 했었다. 그건 정확히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이야기 하는 것 이였다. 언어만 된다면 허름한 맥주집에 앉아서 Dissection의 Jon Nodtveidt 죽음이나 bodom호수의 아이들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었다.

자일리톨의 나라 핀란드. 과연 그 나라에 이제 군대가 필요할까? 알고 보니 이 나라도 주위의 열강들 속에서 고생 좀 한 나라다. 스웨덴의 지배를 받기도 했고 시시때때로 러시아의 괴롭힘을 받아 힘들게 유지되어온 나리이다. 허나 요새 세상에 러시아가 쳐들어가 공산화를 할 일도 스웨덴의 오리지날 바이킹들이 쳐들어 갈 일도 없을 일이다. 우리의 완벽한 군인 헤르만니 켐파이넨 대령은 이런 세계정세에 직업의 명예를 잃어 급기야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또 하나, 온니 렐로넨은 한정된 무대에서 밀리면 떨어져야만 하는 경제게임에서 철저하게 패배자가 되어 마지막 세탁소까지 망하게 되자 죽음을 결심하게 된다. 서로 모르는 둘은 어쩌다 보니 한 장소에서 자살을 결심하고 시도해 보지만 남이 보는 앞에서 죽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삶을 연장해 나가며 책은 시작된다.

각양각색의 자살자들이 뭉쳐 30여명이 자살을 지원하게 되고 그들은 북쪽 해안에서 버스로 멋지게 추락하여 삶을 마감하고자 남쪽 끝 헬싱키에서 출발한다. 근데 도무지 이 집단은 죽음을 택한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여행 중에 남자 여자는 눈이 맞고, 매끼니 술과 고기를 잡수시고, 목적지에서 해안으로 떨어지려는 버스의 정차-_-벨을 눌러 차를 급정거 시킨다. 자살하겠다고 돌진하는 버스에 정차벨? 승객이나 죽음을 방해했다고 화를 내는 기사나 죽을 마음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다시 죽기로 했고, 기왕 죽는 거 아름다운 풍경에서 죽고자 스위스로 차를 돌리는데.....

대충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자살의 이유를 들어 세상을 비판하고 있다. 작은 예를 들어보자면 농부 우르호 얘스켈래이넨의 아내 카티는 농촌 일을 전혀 거들지 않는다. 애를 낳고 밥을 짓는 것으로 자기 본분은 다한 것으로 여기고 갖가지 이유를 들어 남편의 농촌일은 전혀 돕지 않는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이 아침식사를 요구하면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추가수당을 받았던 그녀는 수당얘기를 들먹거리며 이른 새벽 아침식사 제공을 거부한다. 195페이지부터는 아예 대놓고 사회비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 아! 농부 우르호는 자살멤버가 아니다. )

책 뒷 겉장에 자살을 하고 싶은 사람은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온니 렐로넨 같은 친구나 헤르만니 켐파이넨 대령, 헬레나 푸사리같은 연인을 만날 자신이 없다면 읽지 마라. 자살을 생각했다면 당장 밥부터 먹지마라. 배가 고파서 밥을 먹었으면 죽을 생각 따위는 집어치우고 우리 집에 와서 빨래나 청소 다림질 같은걸 하던가.



책에는 이것보다 더 악동같은 모습인데

돌아다니는 요 사진은 그래도 제법 점잖게 나왔다.
영감 맘에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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