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ARTICLE 그 골목이 말을 걸다 | 1 ARTICLE FOUND

  1. 2008.12.04 그 골목이 말을 걸다 / 김대홍 (사진 조정래) 2


사진집도 아니고 그냥 책도 아닌 책을 골랐다.

서울에서만 30년 넘게 그것도 신림동에서 살았다. 지금은 명칭이 삼성동으로 바뀌어 아침에 삼성동에서 삼성동으로 출근하는 이상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한동네에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에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다른 동네나 시내의 모습은 항상 낯설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외근이란 명목으로 또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하여 서울의 많은 길을 누비고 다녔다. 물론 내가 책이나 화장품 따위를 파는 직업을 가졌던 건 아니다.

나 자신이 생활하는 하루의 동선을 머릿속에 그려보면 골목은 한군데도 없었다.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바로 차를 몰고 회사 주차장으로 들어가 버리면, 난 골목을 잃은 지 꽤 오래된 것이다. 이 책은 잊고 사는 인심어린 골목길에 대한 기억을 선물해준다. 사진집만큼 넉넉하진 못하지만 골목에 대한 많은 사진과 거기에 따르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들이 책 전반에 표현되고 있다.

책을 읽고 마침 삼선교에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겼다. 압구정, 동호대교, 옥수동을 지나 종로5가, 그리고 삼선교에 이르러 업무를 보았다. 맨 먼저 눈에 띄는 이야기는 광장시장에 관한 이야기. 난 직장생활을 맨 처음 시작한날 신입사원이 왔다며 회식을 했는데 그때 2차로 간 곳이 광장시장 이였다. 그 후 난 직장에서도 친구들이나 동호회사람들과 만날 때도 광장시장에 가기를 많이 졸라댔다. 15,000원 20,000원 흥정하면 이름 모를 생선살과 조개들 바닷장어를 한 접시 담아주고 등만 돌리면 한쪽은 어묵을 다른쪽에서는 각종 전을 한 의자에 앉아 여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그곳이 생각났다. 오늘도 퇴근시간 무렵 그때 그 낭만을 자랑하듯 직원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서울뿐만 아니고 부천의 복숭아밭 이야기나 수원 화성의 이야기, 강화도령 철종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드라마 궁‘S의 모티브란 이야기도 덤처럼 딸려 나오니 기분이 좋다.

다만 중간에 사진 한 장은 무리하게 확대를 해서 도트가 다 보일지경이고 사진이 너무 작아 불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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